“돈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퍼듀 대학과 미국 반도체 업계가 주최한 행사에서 아짓 마노차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장이 한 말이다.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진이 인력 부족 문제를 하소연하는 자리였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도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 안에 반도체 기술자가 매년 10만명씩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민 정책을 바꿔서라도 반도체 인력을 늘리자”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 반도체를 국가 안보 핵심 자원으로 여기는 나라들이 극심한 반도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를 전공한 고학력자가 모자란 것은 물론, 반도체 제조 국가 대부분이 인구 감소 국면을 맞고 있어 생산 시설에서 일할 인력도 충분치 않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에서 필요한 반도체 전문 인력은 지금보다 100만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동남아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 반도체 인력, 중국 20만·미국 10만·한국 5만명 모자라… 글로벌 전문인력 확보전쟁

최근 반도체 리쇼어링(생산 시설의 국내 이전)을 선언한 미국은 반도체 인재 부족이란 벽에 부딪혔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오하이오에 대규모 팹(반도체 생산라인)을 짓는 인텔은 기공식이 열린 지 6개월 만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25년 완공되는 첫 번째 팹에 3000명의 근로자가 필요한데, 오하이오에서는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팹에 필요한 인력의 40%를 타지에서 데려오고 30%를 인턴으로 채울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 고학력 엔지니어나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이민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옛 ‘반도체 왕국’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역시 인력 문제를 겪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짓기 시작했지만 여기서 일할 인력 1000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은 2031년까지 반도체 인재 3만5000명이 더 필요하고, 같은 기간 한국은 학사 이상 반도체 인재만 5만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반도체가 국가 핵심 산업이 된 대만도 반도체 인력 3만5000명이 모자란다. 인구 대국인 중국도 반도체 인력은 넉넉지 않다. 중국 반도체 업계 통계에 따르면 올해만 20만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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